치과의사 아빠도 못 막은 아이 충치
아이의 양치는 매일 내가 시킨다.
아직 5살이라
스스로 구석구석 닦기는 무리가 있다.
그래서 매일 밤
내가 직접 꼼꼼하게 닦아주고 치실로 마무리한다.
오래 잡고 있지는 않는다.
1분 남짓이면 끝난다.
그래도 속으로는 꽤 자신이 있었다.
아빠의 마음으로 닦아주는 것도 있고
치과의사가 직접 닦아주는 것이니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하고.
어젯밤이었다.
닦아주다가 눈을 의심했다.
아이의 어금니에 탈회가 보였다.
탈회는 치아가 약해지며 충치로 변해가는 초기 신호다.
사실상 충치가 시작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
정성껏 닦아줬던 노력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약간 허탈느낌이 들었다.
잠깐 멘탈을 다잡고 생각해봤다.
학생 구강검진을 하다 보면 이런 모습을 많이 볼수 있다.
환자분의 보호자분께 충치를 사진찍어서 보여 드리면
충치가 있다고요? 저번까지는 괜찮았는데...
깜짝 놀라며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는 부모님들.
그게 어젯밤 나였다.
아이들의 충치는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생길 수 있다.
성인과는 약간 다르다.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치아의 강도는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아무리 잘 닦아줘도
치아가 약하게 태어난 경우엔 구강환경이
조금만 나빠져도 순식간에 충치가 생긴다.
또한 치아의 강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강화되며 단단해 지기 때문에.
어리면 어릴수록 치아가 약한 상태라 외부 환경에
취약하다.
두번째로 어린이집, 유치원을 가는 순간부터
간식도 구강 상태도
부모가 완전히 제어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매일 집에서 확인을 해줘도
확인 못하는 시간이 훨씬 많아지는것은
어쩔수가 없다.
그래서 가끔은 운도 따라줘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게
솔직한 마음이다.
그렇다고 손을 놓을 수는 없다.
할 수 있는 것은 해줘야 한다.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것 중
효과가 가장 확실한 게 있다.
바로 불소다.
불소가 하는 일을 생각해보면
원리는 약간 다르지만
후라이팬의 불소 코팅을 생각하면 쉽다.
코팅이 되어 있으면 음식물이 달라붙지 않는 것처럼,
치아에 불소가 작용하면 치아 표면을 보호하는 막이 생긴다.
조금 더 정확히는 불소 이온이
치아의 겉 성분과 결합해
치아 자체를 단단하게 강화시켜 주는것 이지만
불소의 효능이 떨어졌을때를 생각해본다면
코팅이 벗겨진 후라이팬에 계란후라이를 생각해보면
쉽게 상상이 될것 같다.
가볍게 볼 성분이 아니다.
불소를 공급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불소 치약 양치만 해도
치아의 재광화를 돕는 불소를 매일 한 번씩 공급하는 것이다.
가장 기본이 되는 방법이다.
불소 가글 요즘은 가글 형태의 불소 제품도 있다.
수시로 활용하면 도움이 된다.
부모님들은 다 기억하시겠지만
어렸을 때 운동장에서
물 주전자에 담긴 불소를 입에 머금고 뱉던
기억이 있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치과 불소 바니쉬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치과에서 직접 치아에 발라주는 방식으로
안전하고 효과도 확실하다.
아이를 키우고 있다면 정기적으로 받는 것을 권장한다.
불소는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단발적인 보강보다 꾸준히 공급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양치 습관을 잘 잡아주는 게 최선이라는 걸 안다.
나 역시 앵무새처럼
아이 부모님께 그렇게 이야기를 하지만
직접 해보니 쉽지 않다는 것도 안다.
그러면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면 된다.
오늘 집에서 불소를 챙겼다.
치과의사 아빠도
어쩔 수 없이 당황하는 게 아이 충치다.
그러니 충치가 생겼다고 너무 자책하지 않아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