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흰머리를 유지하는 이유

이상적인 주치의를 상상해 본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경험이 많고 실력이 있는 그리고 믿음이
Apr 24, 2026
아직도 흰머리를 유지하는 이유

이상적인 주치의를 상상해 본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경험이 많고 실력이 있는 그리고 믿음이 가는

그런 의사의 모습.

대부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요새는 과거보다 많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너무 젊어 보이는 의사는

환자에게 신뢰를 주는 것이 쉽지가 않다.

그것도 그럴만한 것이

임상이라는 것은 경험의 비중이 굉장히 크게

작용해서 경험이 많을수록 실력이 올라가는 일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나도 처음 진료를 했을 때 이런 고민을 했었다.

환자를 꼼꼼하게 잘 진료하는 것 이외에

환자를 안심시키고 신뢰를 쌓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흰머리를 기르기 시작했다.

마침 30대 초중반이 되면서

1~2년 사이에 아주 급격하게 흰머리가 늘어났는데

굳이 그것을 염색하거나 하지 않았다.

어느새 시간이 흘러 지금은 백발에 가까운 상태인데

이제 새치라고 말하기 민망할 정도이다.

사실 흰머리가 생기는 과정은 꽤 흥미롭다.

머리카락은 모낭에서 자란다.

식물이 화분에서 자라는 것과 마찬가지로

식물에 물을 뿌리고 광합성을 하는 것처럼

모낭에서 모세혈관을 통해 영양과 산소를 공급받아

전달한다.

이때 멜라노사이트라는 색소 세포에서

멜라닌 색소를 생성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유전적으로 결정된 효소의 반응으로

멜라닌의 색이 결정되고 특유의 머리카락 색

나오게 된다.

이때 멜라노사이트가 손상되거나 활성이 줄어들면

멜라닌이 부족하게 되어 머리카락이 점점 하얗게

변하게 되는 것이다.

이 멜라노사이트가 손상되는 원인은

당연히 유전적인 영향도 있고, 스트레스와 영양 부족 등도

포함된다.

가장 큰 원인은 노화이지만, 이런 스트레스와 영양 부족도

신체를 노화시킨다고 생각하면 대충은 받아들이기

어렵지 않다.

재미있는 것은 금발이나 은발 등의 다른 머리 색들도

결국에는 흰머리로 변한다는 것이다.

색이 다를 뿐이지, 결국 사람은 시간이 지나며

머리카락이 변해간다.

붉은 머리를 가진 사람들은 점점 연한 금발을 거쳐

백발이 되기도 하고,

갈색 머리는 서서히 은회색으로 바뀌며 마침내

완전한 백발이 된다.

이 과정이 느리거나 빠를 뿐, 본질은 같다.

그리고 한 번 흰머리로 변해버린 모낭에서는

다시 검은 머리가 자라기 어려운 것인데

이것을 뭐라고 할 수 없는 것이

모낭이 일을 해주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인 상황이다.

모낭이 스트레스를 받아 노화되어

흰머리를 만들었다는 것은 탈모의 위험도

높다는 뜻이기도 하다.

머리카락이 단순히 색만 잃은 것이 아니라

모낭 자체의 기능도 약해질 가능성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흰머리를 되돌릴 방법은 없을까?

몇몇 연구에서는 특정 비타민과 항산화제

멜라노사이트의 기능을 활성화하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미 기능을 멈춘 모낭을

다시 살리는 것은 쉽지 않다.

그나마 가능한 것은 예방, 혹은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것이다.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고, 스트레스를 줄이고

충분한 영양을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늘 아침 거울을 보며 염색을 해볼까 고민을 했는데

이제 충분히 나이가 들어 보여

굳이 일부러 나이 들어 보일 필요가 없을 것 같아서였다.

흰머리를 보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나이가 들어가며 아직 힘내고 있는 모낭을 응원해 본다.

남아 있는 머리카락이라도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

지금 내게 가장 현실적인 선택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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