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유치를 뽑으면 지붕에 던졌다고 한다.
말하자면 건강과 행운을 기원하는 의식과도 같았던 것인데 나도 까치가 이것을 물어가서 새 이빨을 가져다준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있다.
요새는 보통 이런 작은 통을 준비해서 뽑은 유치를 담아주는데, 잘만 하면 모든 유치를 모을 수도 있을 것이다.
오늘은 이걸 보고 갑자기 "이것은 일종의 승리와 고통의 전리품이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쾌할 것인가 유쾌하지 않을 것인가
영유아 구강검진에서 첫 유치발치까지
점점 집에서 유치를 뽑는 경우가 드문 것 같다.
건강보험 상으로 과거보다 영유아 구강검진이 굉장히 활성화되었는데,
아마 이 점이 어렸을 때부터 치과에 내원해 검진을 받는 아이들 수가 늘어난 것에 영향을 준 것 같다. 물론 동네에 많이 늘어난 치과들도 이유가 될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부모가 되어 아이를 키우다 보면 처음 겪는 일이 무척 많다. 첫아이가 이빨이 아프다, 이빨이 흔들린다고 하면 무슨 일인가 싶어 치과를 찾아오신다.
사실 아이들에게 병원이란 치과보다 소아과가 먼저다. 예방접종을 몇 번 받다 보면 병원의 분위기와 느낌을 본능적으로 알게 된다. 비슷한 또래 친구들의 울음소리도 그렇고 갑자기 그 순간에 정신을 쏙 빼놓는 엄마 아빠와 의사, 간호사 선생님들도 그렇다.
병원이 유쾌한 곳은 아니란 기억 때문에 치과에 오는 아이들은 건물 혹은 대기실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경계태세에 들어간다.
하지만 구강 검진 때는 특별한 조치를 취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보통은 첫 유치를 뽑으러 치과에 와서야 아이들은 치과에 대한 "유쾌하지 않은 경험"을 하게 된다. 그래서 이때가 제일 중요하다.
아이들은 점진적 경험에 의해 학습을 하고 긍정적, 부정적 경험들이 강화되어 고착된다. 아이들의 인생에서 치과가 무섭고 공포스럽지 않으려면 아이들이 견딜 수 있는 정도의 고통과 힘듦을 주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치아가 흔들린다고 해서 모두 다 뽑을 수는 없다. 정말 덜렁덜렁 흔들려서 집에서 뽑을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아프지 않게 뽑을 수가 있다.
간혹 치아가 흔들리지 않고 혀 안쪽에서 영구치가 먼저 밀려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마취를 해야 한다. 실제로 소아에게 하는 마취는 성인보다 훨씬 조심해서 하기 때문에 아픔이 크지는 않지만, 아이들에게 주사라는 경험의 무서움은 성인들보다 훨씬 크게 다가오는 것을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이때는 무리해서 접근하기보다는 여러 번 방문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아이들에게 점진적으로 자극을 키워주는 것이 좋다.
부모님들은 바쁘기 때문에 치과에 온 김에 치아를 뽑고 싶겠지만 유치는 위아래 모두 20개나 된다. 앞으로 20개를 수월하게 뽑을 것인지 힘들게 어르고 달래서 뽑을 것인지 비교해 본다면 억지로 진행할 부모님은 안 계실 것 같다.
그 순간 어떤 색으로 기억될 것인가
-인사이드 아웃!-
오늘 눈을 꼭 감고 참으며 아래 유치 두 개를 뽑고 간 여자아이가 있었다.
유치를 뽑고 솜을 물린 후 의자를 일으키니 참았던 눈물이 한 방울 뚝 흐르는 것이다.
뒤에서 부모님 두 분이 기다리시다가 아이를 안아주며 네가 혼자서 해냈다며 축하한다고 말씀을 해주셨다. 뒤에서 듣기에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보통은 잘했다, 뭐 사줄게, 뭐 먹으러 가자 이런 말씀을 많이 하시는데 이번에는 정말 의외의 말이었다.
첫 유치를 기념처럼 유치 보관함에 담아주니 아이가 해냈다는 당당하고 기쁜 얼굴로 목걸이를 걸었다. 부정적인 경험이 긍정적인 강화로 변하며 유치 보관함이 그 강화의 보상으로 완벽한 기능을 하는 순간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이 아이는 앞으로 치과에 오는 걱정은 없겠구나,
유치 보관함도 더 주문해야겠구나 하는 하루였다.